'외유내강’  중견화가 강애자씨
'붓발’ 오르면 아무도 못말려요
강애자씨를 만나면 ‘외유내강’ 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얌전한 얼굴, 조용한 말씨, 부드러운 몸짓은 여느 ‘아줌마 작가’ 나 다름없는데, 일단 그녀의 작품 앞에 서면 강렬한 터치와 대담한 색상, 원시적인 투박함에 압도당하게 된다. ‘마음 풍경’ (Inscape) 이라는 시리즈의 제목에 비추어볼 때, 그녀의 내면은 겉보기보다 훨씬 강하고 대담하며 직관적인 세계에서 유영하는가 보다. 6 월1 일부터 내일 30 일까지 다운타운 LA 아트코어에서 초대전을 갖고 있는 강씨는 요즘 ‘애자의 전성시대’ 를 만난 듯 하다. 아트코어 개인전과 더불어, 라스베가스의 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늘의 아시아 미술전’(Asian Art Now) 에 한국계 화가로는 유일하게 참가하고 있고, 8 월에는 서울의 ‘갤러리 상’ 에서 8 번째 개인전을 갖는 것이다. 지난 2 년간 스튜디오에서 두문불출 작업해온 180 여점의 작품들이 그녀의 손을 떠나 한국과 미국의 화랑 벽에 걸리는 것인데, 이미 아트코어에 전시된 80 여점의 작품들이 거의 다 팔렸다는 사실은 그녀를 특별한 흥분과 감격에 몰아넣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 이름도 모르는 미국인 컬렉터들이 작품만 보고 구입했다고 하니 작가로서 그 이상 기쁠 수는 없을 것이다.

남편과 두아이를 가진 가정주부이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풀타임으로 작업해온 지난 20 년의 저력이 이제 마구 분출되어 나오는 것일까. “무식한 노력형이예요. 미국 건너올 때 교수님이 10 년동안 하루도 손에서 붓을 놓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정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아기를 한 손에 안고도, 식탁 한 귀퉁이에서도 그림을 그렸어요. 나중에 교수님을 만나 그 이야기를 했더니 너무 놀라시면서 ‘모든 졸업생에게 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대로 실천한 사람은 너 하나뿐’ 이라고 하시더군요. 정말 무식하지요?” 그러나 무식하게 노력한다고 아무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 터. 어린 시절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한 강씨는 그때부터 화가가 되는 이외의 길을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추계예술대학을 나와 85 년 결혼과 함께 도미하고, 무어팍 칼리지에서 다시 그림을 공부한 그녀는 정말 꾸준하고 치열하게 작업해왔다.“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주고 스튜디오에 도착하면 아침 8 시전이죠. 그때부터 저녁 7 시쯤 ‘퇴근’ 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습니다. 때로 ‘붓발’ 이 오르면 밤늦게까지 그려요. 주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보통 엄마들 같으면 학교가 끝날 때쯤 붓을 놓고 아이들을 픽업해 함께 집에 돌아가는 것으로도 작품생활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남편 백운천씨의 전적인 이해와 열성적인 후원 때문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컴퓨터 엔지니어인 백씨는 가장 큰 후원자이면서 아내의 그림을 누구보다 먼저 감상하고 비판하는 비평가이기도 하다. 또한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아이들과 저녁식사를 해결하는 정도의 일은 기본이고, 그녀가 그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환경과 조건을 조성해주는 한편 기꺼이 목수노릇도 한다. 주말이면 나무를 직접 사다 자르고, 천을 붙여 아내가 원하는 사이즈의 캔버스와 프레임을 만들어주는 것. 딸 지은(16), 아들 준민(14) 도 엄마의 열렬한 후원자들이다. 그림만 그리느라 바쁜 엄마의 작가생활을 이해해주는 것은 물론, 둘다 음악과 미술, 학업에서 특출한 실력을 보이고 있다.

“이제부터 정말 시작인 것 같아요. 3 년후면 아이들이 다 대학에 가는데 그때부터는 좀더 자유로워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때 날고 뛰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해야죠” 거친 터치와 섬세한 감성이 조화를 이룬 그녀의 작품에서 읽혀지듯이 이제 강애자씨는 붓이 마음처럼 살아 움직이는 단계에 도달한 듯 조용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