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잘못했는걸요"

얼마전 한국의 유명 가구를 판매하는 LA 한인 타운의 가구점에서 화장대 세트를 구입했다. 다음주 토요일에 배달을 받기로 하고 가격의 일부만 지불을 했다. 화장대라 그런지 다소 마음이 설레는 가운데 배달을 기다렸다.

토요일은 왔고 예정된 시간에 배달 트럭은 도착을 했다. 이층의 내 방으로 Box가 하나씩 옮겨지고 조립이 되었다. 침대 세트와 잘 어울리는 서랍장과 의자가 제 자리를 잡았는데, 거울이 보이질 않았다. 배달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창고에 물건이 없어서 한국에서 새 콘테이너가 와야 배달을 해줄 수 있단다. 일순간 다소 마음이 상해, 가구점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Salesman은 서글서글한 음성으로 미처 사정을 알려주지 못한 것을 사과하면서 잔금의 일부는 거울이 온 다음에 달라고 먼저 얘기를 하였다.

배달하는 사람들이 간 후에 화장대를 천천히 살펴보니 서랍장 위의 테이블탑 귀퉁이에 페인트가 벗겨진 것을 다시 덧칠한 것이 보이고, 모서리에는 페인트가 흘러 흉하게 보였다. 화장대 의자의 천은 회색 카펫 색같아, 하얗고 산뜻한 우리 방의 가구와는 어울리질 않았다. 다소 난감한 생각이 들었으나, 말이라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에서 다시 가구점에 전화를 했다. 같은 salesman이 전화를 받았고, 나는 안되겠지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문제를 설명했다. 

salesman은 제작과정에서 하자가 생긴 물건을 드려서 미안하다고 도리어 사과하면서 테이블탑과 의자의 천을 새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했다. 더욱이 테이블탑을 바꾸면서 의자를 핔업하고 화장대 거울은 다시 의자와 함께 배달해주겠단다. 예상 밖의 호의에 오히려 내가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화장대는 급한 것이 아니니 수고스럽게 먼 곳까지 두 번 세 번 오지 말고, 내가 교회 가는 길에 의자를 가져다 줄 테니 나중에 함께 배달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일요일에 의자를 가져다주면서 여러 가지 배려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더니, 그 salesman은 "저희가 잘못했는 걸요" 하면서 다시 사과를 하였다.

1999년 10월, 미주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