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사람들"

<LA Artcore>

전시를 위해 작품과 함께 여행을 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문제의 뒤에 따라오는 따뜻한 도움으로 감동을 경험할 때가 많다.

지난 6월 이곳 LA에서 한 달동안 있었던 전시를 마무리하고 8월 서울 전시를 준비하다 보니 작품을 보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운송업체는 많지만 미술품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별로 없고 견적이 천차만별이어서 결국에는 80 여점이나 되는 작품들을 수하물로 가져가게 되었다. 미리 항공사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양해를 받았지만, 작품이 포장된 거대한 상자들을 본 항공사 직원들은 난감해 했다. 수하물을 옯기는 벨트를 통해서는 운반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덩치가 좋은 두 사람이 땀을 비오듯 흘리며 비행기로 직접 옮기려 했지만 엘리베이터에 작품 상자가 들어가지 않아 1 시간여에 걸친 실랑이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포기해야 했다. 이틀후에 문제가 된 큰 작품 하나를 빼고 다시 포장을 해서 서울로 갈 수 있었다. 인천 공항에는 미리 연락을 받은 항공사 직원들이 작품 상자를 하나씩 카트에 싣고 줄을 지어 세관 통관대로 옯겨주었다.

한국 국세청에 email로 문의를 해서, 화가 본인의 작품은 통관시 세금이 없도록 법이 개정되었다는 답신을 받고 갔지만, 막상 세관원들을 보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세관원들은 여러 해 공항에서 일했지만 이렇게 많은 그림이 수하물로 들어온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하면서, 법규정을 잘 몰라 상급자에게 문의도 하고 법조문을 뒤지기도 하였다. 30 여분이 지난 후에야 내가 가져간 email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이 확인되었고 간단한 통관증이 발급되었다. 이 과정에서 만난 세관원들은 거만하거나 무엇을 바라는 듯한 예전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모두가 정중하고 친절하였다.

서울에서 전시를 마치고 남은 작품들은 곧바로 해운회사 창고로 옮겨졌다. 하지만 때마침 서울에 몰아친 태풍과 파업, 추석 등으로 한 달이나 선적이 연기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작품의 일부가 다른 작품과 함께 이곳 LA에서 방콕으로 다시 선적이 되야하고, 목이 빠져라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은 결국 다른 화가의 작품을 구입하여 조그만 자동차 한 대 가격에 해당하는 작품판매의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작품은 무려 두 달만에 스튜디오에 배달이 되었는 데. 그 과정에서 서울 본사와 LA 지사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수 십 통의 전화를 주고 받았다. 처음에는 선적이 늦게 된 데 대해 걱정도 되고 화도 났지만, 하루에도 몇차례씩 걸려오는 "강선생님, 카닌데요" 전화를 받을 때는 마치 이쁜 조카의 전화를 받듯 기분이 좋았다.


<서울의 갤러리 상>

작품을 받아보니, 하나씩 정성껏 포장하고 다시 Box에 두 세 작품을 함께 포장하고 사이사이에 충격을 막아주는 작업을 한 것를 보면서 직원들의 정성과 PACKING솜씨의 수준을 읽을 수 있었다.

내년 1월 초에 방콕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가기 위해 얼마 전에 여행사를 통해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표가 동이난 방콕행이고, 중간에 일본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무려 열 다섯 차례나 담당 직원과 전화를 주고 받아야 했다. 첫 통화를 하듯 늘 명랑하고 친절한 그 직원은 골치아픈 비행기 티켓만 구입해 준것이 아니고, 출입국에 필요한 서류, 사용할 화폐, 여행자 보험, 세관 신고서, 비행기의 좌석까지 일일이 신경을 써주었다.

새해에도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나를 따뜻하게 도와주고 내 마음에 감동을 가져다 줄 좋은 만남을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뭉클해 온다.

                                        2003년 12월, 미주중앙일보  "예술을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