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너무 틀려요"

이른 아침이다. 어제 그리다 만 미완성 작품들이 날 기다고 있었다. 커피 한 잔 마시다가 문득 한국에 전화를 했다. 서울에 계신 개척교회 목사님이 심방차 들른 병원에서 전화를 받으셨다. 요즘 하시는 사역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들었다. 사소한 것을 놓고 싸우고는 속상해 하는 부부들을 많이 만난다고 하셨다. 이들은 한결같이 "우리 부부는 너무 틀려요" 라고 말한단다.

목사님 역시 엄마와 누나들 사이에서 많은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여자들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었단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잘 할려고 한 것이 독단적인 혼자만의 방식이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려고 한 것이 때로는 상처를 오히려 깊게 만든다는 것을 모르셨단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요구의 기준과 잣대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개의 남자들은 사랑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훈련받으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 방식을 고치려는 사람들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셨다. 아버지학교를 가도 의지가 강한 사람들은 자기의 똑똑함만을 확인하고 돌아온다고 한다. 하루는 목사님이 아내에게 나는 몇 점짜리 남편이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60점. 가슴이 아프도록 깜짝 놀라셨단다.

내가 들은 두 부부의 이야기가 있다. 한 부부는 서로의 단점을 하루에 한 가지씩 고쳐나가면 얼마 안가서 완전한 부부가 될거라고 믿고 결혼하기 전에 단단히 약속을 했다. 하지만 단점을 고친다는 것이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기 일쑤였고, 결국에는 헤어지고 말았다. 또 다른 부부는 단점은 나중에 고치기로 하고 매일 매일 장점만 얘기하면서 살기로 했다. 그랬더니 어느샌가 문제의 단점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금슬좋은 부부가 되었단다.

호랑이와 소의 사랑이야기가 있다. 풀 좋아하는 소에게 고기만 구해다주는 호랑이의 지극한 정성에 소는 너무나 괴롭기만 했다. 그것은 호랑이도 마찬가지였다. 고기를 좋아하는 데 풀만 뜯어다주고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무엇이 문제이냐는 것이었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같다. 나는 상대방이 원하지도 않는 사랑 방법을 택하고 있지는 않는지? 상대방을 위한다고 하는 것이 호랑이와 소의 관계는 아닌지?

기분이 좋을 때는 감사하고, 기분이 나쁠 때는 품위를 지키라는 말이 있다. 오늘 하루 상대방을 사랑하는 이유를 찾아본다. 상대방에 대해 환상을 갖지 않고 있는 모습을 칭찬해본다. 사소한 일에 이유를 묻는 습관을 버려 본다.

가끔은 이유를 만들어 email이 아닌 우표붙인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그 속에 빨강색 호랑이와 노랑색 소가 섞인 주홍색 사랑을 담아 보고 싶다. 

2004년 3월 미주중앙일보 "여자의 세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