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Marc Chagall, 1887-1985)의 "나와 마을" (I and My Village, 1911, 75"x 60")

<나와 마을>

뉴욕의 맨하탄을 갈 때면, 내 가슴은 부풀어오른다. 길거리에서의 볼거리, 먹거리도 흥미롭지만 소호와 첼씨의 수 많은 갤러리들과 맨하탄에 있는 미술관들에 대한 벅찬 기대때문이다.

미술관마다 어릴 적 미술책에서 본 작품들이 가득하고, 갤러리에는 새로운 세상을 열려는 야심찬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갤러리와 미술관들이 몇 개 지역에 몰려 있어서 주로 걷게 되는 데, 운동화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하루를 시작해도 저녁에는 발걸음을 옯기기조차 힘들게 된다.  이삼일 지나면, 계속 보자는 눈과 더 이상 걸을 수 없다는 다리가 몸속에서 따로 노는 것을 경험한다.

맨하탄 중심에 위치한 뉴욕현대미술관 (www.moma.org) 은 1920 년대에 록펠러의 부인과 다른 두 명의 자선사업가가 기부금을 내서 문을 열었다는 데, 지금은 세계적 미술품을 10 만 여점이나 소장한 매머드 미술관으로 성장했다. 소장품 중에는 백 세 가까이 장수한 상상화의 대가 샤갈이 이십 대 중반에 그린 '나와 마을' 이라는 유화 한 점이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샤갈을 소개하는 화집에서 수없이 이 그림을 보아왔는 데, 지금도 많은 나라의 미술교과서에 수록되어 어린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러시아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샤갈이 파리에서 입체파적 분석방법을 공부하면서 고향 마을에 대한 추억을 그린 동화와 같은 작품이다. 왼쪽에는 산양의 머리, 오른쪽에는 샤갈 자신의 머리가 크게 그려져 있는데 이 장면은 샤갈이 어린 시절 산양들과 오손도손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놀았던 추억을 담고 있다. 왼쪽의 젖소를 짜는 여인의 모습이나 중앙의 낫을 들고 가는 농부의 모습은 고향 마을의 정겨운 농촌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 그림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농부의 아내인 듯한 여인이 꺼꾸로 선 채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향 마을의 교회와 집을 그린 그림 위쪽에는 집들이 역시 꺼꾸로 공중에 둥실둥실 떠 있고, 아래쪽에는 은방울이 주렁주렁 매달린 마술과 같은 나무가 그려져 있다. 사람과 동물이 이야기를 하고, 집과 사람이 거꾸로 그려져 있고, 사람의 얼굴이 초록색이고, 산양의 머리 안에 암소의 젖을 짜는 여인이 있다. 마치 동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상상력이 풍부한 그림이다.

평론가들은 샤갈이 '나와 마을'로 그의 입체파적 초현실주의 작품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고향 생각의 여러 요소들이 원근법이나 사실적인 비례를 무시하고 원과 삼각형, 사각형의 기하학적 구성을 통해서 평면화되어 있고 신비스런 색채와 투명하게 중첩된 이미지, 파랑과 빨강과 초록의 대비 속에 '나와 마을' 이 마음껏 환상의 날개를 펴고 있기때문이다.

지금 뉴욕현대미술관은 사년 계획으로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단장을 끝내고 내년 중순에 다시 문을 열게 되면, '나와 마을' 이 어떤 이웃들과 함께 새롭게 선볼일지 기대된다. 

                                    2004 년 3월   미주중앙일보 "이 한장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