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모르겠어요"

지난 6월, LA 아트코아 개인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무 것도 모르겠어요. 설명 좀 해주세요. 인스케이프가 뭐예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오랫동안 작품들을 돌아보고 설명도 듣고 나서는, "이제야 색상과 형태가 조금 눈에 들어오네요", "그림들이 날 못 가게 붙잡네요"라고 말하면서 아쉽게 전시장을 나갔다. 나로서는 가장 듣고 싶은 말이다. 누가 물으면 맛있는 요리처럼 딱 잘라 설명할 수 없는 것이 그림인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할 수 있을까? 비평가부터 어린아이까지 관람객 층도 다양하니 내게는 늘 고민거리이다. 하지만 어느 분야든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내 작품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가슴에서 느끼는 그대로 감상해도 되는지를 묻기도 한다. 어떤 작품에서는 행복감과 평온함을 느끼고, 다른 작품에서는 태풍과 소낙비가 쏟아져 내리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내 작품의 주제는 대부분 자연에서 가져온다. 거대한 세계에서 경험했던 것, 여행에서 혹은 우연히 자연에서 받은 감동을 마음속에 담아두었다가 시각적 언어 즉 색상, 형태, 질감 그리고 선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리듬과 균형이라는 문법에 맞춰서 1형식에서 5형식까지 전개해 나간다. 때로는 붓 대신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물감을 퍼서 캔버스에 바르고 긁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찢어지는 한지와 잘게 부수어 물에 갠 종이와 젤의 형태를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산과 바다와 하늘을 많이 그린다. 그 안에서 우리의 삶을 찾는다. 그리고 아주 자그마한 돌과 나뭇잎과 이슬방울도 그린다. 세밀한 계획보다는 직관적이고 순발력에 의해 작품은 전개되고 완성되어 진다. 그림이 나를 이끄는 대로 작업을 진행시키기 때문이다.

가끔씩 아들은 나에게 "엄마, 물감 가지고 노는 것 재미있어?" 라고 묻는다. 또 어떤 사람은 "남자 작품인줄 알았어요. 이 무시무시한 열정이 그 얌전한 모습 어디에 숨어 있습니까?"라고 묻기도 한다. "제가 겉과 속이 다른 여자거든요" 시치미 뚝 떼고 능청도 떨어본다. 그림은 혼자 그리지만, 대중과도 가까워지고 싶다. 그들과 멀리 있을 때는 외롭다. 누군가 나의 작품을 이해해줄 때, 힘이 솟고 행복하다.

어렸을 때 동네 도서관에 자주 갔다. 책을 읽었던 기억보다 책상 위에 여기 저기 종이를 늘어놓고 그림 그리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림 그릴 때가 마음이 가장 편안하다.

                                               2003년 7월, 미주중앙일보  "예술을 따라서"